- 아시아 최초로 기업활동이 인권과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식별하고 대응하는 인권환경실사 의무의 법제화
-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환경기준이 공급망 전반에서 지켜질 수 있도록 대책 세우며 이해관계자 참여를 도모하는 것이 핵심
-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19일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아시아 최초 한국 인권환경실사법 발의안 소개 웨비나’를 열었다. 이번 웨비나는 지난 1일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된 배경과 법안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한국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발생한 인권⋅환경 침해 사례를 살펴보며 향후 실사법의 적용 방향에 대해서 논의했다.
- 인권환경실사란 기업 활동이 인권과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식별⋅방지⋅완화를 하며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지속적 과정을 의미한다. 인권환경실사는 실사의 범위를 자사의 사업에 한정하지 않고 공급망으로 확장하고,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여러 국가에서 기업이 인권환경실사를 의무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법이 제정되고 있으나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최초로 이러한 법이 발의되었다.
- 이날 세미나에는 첫 번째로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가 공급망에서 한국기업의 인권환경 침해 사례로 올해 초 삼성전자 베트남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메탄올 중독 사고를 소개했다. 지난 2016년 한국의 삼성 협력업체에서 7명의 노동자가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하는 안전사고 발생했음에도, 똑같은 사고가 베트남에서 더 큰 규모로 발생한 것을 두고 “삼성이 위험을 외주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삼성에 공급망 전체에서 안전환경기준을 강화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 기업과인권네트워크에서는 인권환경실사법이 위와 같은 사례를 예방할 수 있는 법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을 밝히며 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발의된 인권환경실사법에 따르면 기업은 사업 과정에서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부정적 영향을 식별하고 대응할 책임이 있는데, 부정적 영향의 범위에는 대한민국이 가입, 비준한 국제인권조약과 국제관습법과 국제환경협약, 그리고 기후위기가 포함되어 있다.
- 인권환경실사 의무는 중소기업을 제외한 기업 중에서 상시 5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거나, 직전 사업연도의 매출액이 2,000억 원 이상인 기업으로 국내 기업에게만 부여된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의 수는 국내 활동 기업 중 0.1% 미만이다. 법의 적용 대상 기업은 자신의 기업활동과 공급망 내에서 다른 기업의 기업활동에 대해 인권환경위험을 식별해야 하는데, 자회사 및 종속회사의 활동은 자신의 기업활동으로 간주된다.
- 한편 공급망의 범위는 직접적 계약 관계에 있는 협력업체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원자재 획득부터 최종 소비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포함하며 금융 거래 등의 재무적 관계도 포함이 된다. 다만 공급망 내에서 식별된 인권환경위험에 대책을 수립할 때에는 직접 공급자의 경우에는 직접 인권환경위험 대책 수립 및 실행할 것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으나 간접공급자의 경우에는 상위 공급자를 통해 대책 수립 및 실행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 한편 인권환경실사는 기업주도로 이루어지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와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사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해관계자의 정보공개청구권이 보장되었다. 기업은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공개를 거부할 수 있으나, 사람의 생명과 같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를 거부할 수 없다.
- 기업이 이 법에 위반된 행위를 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입찰 참가 제한과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적 제재를 받는다. 중대한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벌금 등의 형사적 제재를 받는다. 또한 의무 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의 효과적인 구제를 위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설정되었다.
- 기업과인권네트워크(법무법인 지향) 신유정 변호사는 “인권환경실사를 통해 하청업체 및 해외의 공급망으로 외주화된 인권환경위험에 대해 식별하고 대책을 세울 의무가 기업에 부과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며 국회에서 조속히 법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