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ECD에 의해 설립된 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 한국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이하 NCP)는 2000년 설립이래로 계속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무부처로 운영되어왔다. 하지만 한국 NCP는 설립 후 지금까지 제기된 약 30여건 이상의 진정에 대해서 기업들에게 가이드라인 위반을 단 한번도 지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조정이 성과를 거둔 경우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1년과 2018년에 걸쳐서 두 차례의 제도개선 권고를 내렸고, UN 기업과 인권실무그룹의 2016년 한국방문 보고서와 UN 사회권위원회의 2017년 한국정부에 대한 최종권고에서도 한국 NCP에 대해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이런 국내외의 비판을 의식하여 한국 NCP는 2018년에 수립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서 스스로 “NCP관련 OECD 동료평가를 통해 선진국들로부터 오랜 운영경험 벤치마킹”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OECD 가이드라인과 인권위 등의 권고를 이행하면 될 일인데 스스로를 NCP에 관해서는 선진국이 아니라고 자인하고 동료평가를 통해서 벤치마킹 하겠다는 한국NCP의 계획 자체도 문제이지만, 과연 한국NCP가 동료평가를 통해서 선진국의 오랜 운영경험을 벤치마킹은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 2019년 12월에 OECD 사무국과 독일, 호주, 스위스 NCP는 한국 NCP에 대한 동료평가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OECD는 2021년 3월에 동료평가 보고서를 공개하였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공개된 동료평가를 통해서 한국NCP의 문제점인 구조와 운영에 있어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와 같은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동료평가가 보고서가 지적하고 이해관계자들을 구조와 운영에 통합시키라는 권고가 이뤄졌음을 발견하였다[1]. .

◯ 자신들이 벤치마킹하겠다는 동료평가 보고서가 공개되었음에도 한국 NCP는 동료평가 보고서의 국문본을 즉각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정부기관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를 담은 영문보고서가 공개되면, 이에 대해 해당기관이 번역하여 공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해당기관의 번역을 통해서 해당기관이 어떻게 이 권고를 해석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해당기관이 이 권고들을 어떻게 이행하는지 평가할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NCP는 동료평가 보고서 국문본 공개를 지속적으로 미뤄왔고, 해당 국문본 공개시기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 명확한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 국문본 공개 지연만이 문제가 아니다. 동료평가에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라는 권고를 받았음에도 한국NCP는 시민사회의 면담요청을 묵살하였다. 2021년 5월 28일에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한국NCP에 동료평가 보고서 발표에 따른 후속조치 논의를 위해 한국NCP에 면담을 요구하였으나 이와 관련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하였다. 이해관계자의 면담요청에 대해 수락 및 거부의사조차 답신하지 않고 뭉갰던 것이 바로 한국NCP였다.

◯ 진정 사건에 처리과정을 명확하게 하고 최종 성명에서 해당 기업에게 구체적인 권고를 제시하라고 동료평가에서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NCP는 2021년 7월에 미얀마 군부와 연계된 한국기업에 대한 진정을 1차 평가에서 기각시켜버렸다[2]. 1차 평가를 통과한 후에 조정절차를 거치고 이후에 최종성명을 발표하는 NCP 진정절차를 감안했을 때, 초기 단계인 1차 평가에서 기업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인용하여 조정절차에 들어갈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한국NCP의 결정은 동료평가에서 지적된 진정사건 처리에 대한 권고 취지를 정면으로 반하고 있다.

◯ 여전히 한국NCP의 총 8명의 위원 중에서 절반은 정부위원이고 절반은 민간위원이다. 이 민간위원 4명 중에 이해관계자들의 공식 추천을 통해 선임된 위원은 아직까지 없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정부가 운영할 책임이 있는 기관임에도 민간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에 사무국을 아웃소싱하고 있는 구조에서 NCP의 투명성과 책임성은 확보되기 어렵다. 한국NCP 위원회 회의가 언제 개최되고 누가 참석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결정이 이뤄지는지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 2022년 2월초에 한국NCP는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마침내 동료평가 국문본을 공개했다. 국문본을 거의 1년만에 공개하면서 한국NCP 나름은 그동안 유투브 채널을 만들고 접근성을 강화하면서 동료평가 지적사항을 잘 이행해왔다고 자평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들이 벤치마킹하겠다고 장담했던 동료평가 보고서에 대한 국문본을 1년 만에 내놓게 된 것에 대해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 동료평가 보고서에 대한 자신들의 해석을 공개했으니 이제는 이를 어떻게 이행할지 밝혀야 할 때이다.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가 맡고 있는 한국NCP가 스스로 동료평가에서 드러난 권고들을 이행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도 답해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는 한국NCP가 그 동안 보여준 파행적 운영으로 인해 이미 한국NCP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였고, 동료평가 보고서 공개 이후에 지난 1년간 한국NCP가 보여준 모습에 더욱 실망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1] 한국NCP 홈페이지가 최근에 공개한 동료평가 보고서 http://www.ncp.or.kr/servlet/kncp/kor/2400

[2] 이 결정에 관한 기업과인권 네트워크의 논평은 다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khis.or.kr/spaceBBS/bbs.asp?act=read&bbs=notice1&no=653&ncount=629&s_text=&s_title=&pageno=2&basic_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