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0년12월과2021년2월에한국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 국내연락사무소 (National Contact Point, 이하 NCP)는 미얀마 군부와 연계된 한국기업들에 대한 한국과 미얀마 시민사회단체가 제출한 진정을 접수한 후, 7개월이 지난 7월 16일에 1차 평가 결과를 통보하였습니다. 1차 평가 결과는 모든 기업들에 대해 진정절차를 종료한다는 것입니다.
  2. 2021년2월에발생한미얀마군부쿠데타이후에미얀마군부와연계된기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의 목소리와 제재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NCP가 해당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정을 한것에 대해서 진정을 제출한 한국 시민사회와 미얀마 인권단체 Justice for Myanmar는 강력히 규탄하는 바입니다.

앞으로 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을 관장하는 OECD투자위원회에 한국NCP의 결정에 대해 제소 하는 것을 포함하여 강력대응 해나갈 예정입니다.

[논평]
학살의 주범, 미얀마 군부와 연계된 한국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한국NCP의 존재이유를 묻는다.

지난 7월16일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른 한국연락사무소(이하, “한국 NCP”)는 국내외 시민사회단체가 미얀마 군부와 사업 관계를 직접적으로 맺고 있는 포스코 인터내셔널 등 한국기업을 상대로 제출한 진정을 1차 평가에서 각하하는 의미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진정을 제기한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는 인권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NCP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으며, OECD 투자위원회 등 국내외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

로힝야와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모임, 기업과인권네트워크, 미얀마의 인권단체 Justice for Myanmar는 2020년 12월 미얀마 군부와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국영기업 MEHL과 사업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기업 5곳에 대해서 OECD가이드라인 위반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한국 NCP에 진정을 제출했고, 2021년 2월에는 포스코 인터내셔널을 추가 진정하였다. 진정된 한국기업은 군부기업과 합작하는 포스코 강판, 태평양물산, 이노그룹 3곳과, 미얀마 군부의 임대사업으로 호텔을 운영하는 롯데, 미얀마 해군에 군함을 판매한 포스코 인터내셔널과 군함의 제조사인 대선조선이다.

우선, NCP 절차의 위반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NCP 운영규정 상 진정사안이 한국 NCP의 조정절차에서 다룰 사안인지를 판단하는 1차 평가를 진정이 제기된 날로부터 3개월내에 내리도록 되어 있다(운영규정 제15조 제1항). 한국 NCP는 작년 12월 5개 기업에 대해 제출된 진정과 지난 2월 포스코 인터내셔널을 상대로 제출된 진정사건에 대해 3개월이 훌쩍 넘은 7월 16일에야 1차 평가 결과를 통보하였다. 이는 명백히 절차 위반에 해당하며, 한국 NCP는 진정인에게 1차 평가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 NCP가 결정한 본 진정사건의 1차 평가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왜곡하고 편파적으로 해석하여 피진정 한국기업들에게 부당하게 면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NCP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본 진정사건을 각하하였다. 첫째, 한국기업들은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학살정책과 직접 연관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본 진정사건에 대해 한국 NCP가 심의를 진행한다면 미얀마 정부의 행위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결과를 낳게 되므로 이는 한국NCP의 권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위 군함의 경우에, 군함이 로힝야족 학살에 “직접 개입”되었다는 입증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대선조선은 다국적기업이 아니며 포스코 인터내셔널과의 군함 계약에 따라 납품하였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포스코 강판은 MEHL과의 사업 재검토를 고려중이며, 태평양물산은 MEHL과의 합작을 종료했고, 이노그룹은 MEHL에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근로자의 인권을 중시하며 사업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또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인권경영지침을 수립하고 세부절차를 수립하는 과정 등에 있기 때문에 진정인이 촉구하는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어서, 한국 NCP가 이 문제에 대해 조정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

우선, 미얀마 정부의 행위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것은 한국 NCP의 권한이 아니라는 판단에 대하여 본다. 한국 NCP는 "미얀마 정부 정책이나 법률에 대한 논평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것 또한 NCP의 역할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호주 NCP의 결정을 인용한 바 있다. 그런데 호주 NCP의 결정에 대해 OECD 투자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권고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의 권고와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은 정부 의무와 별개의 독립적인 기업에 대한 기대를 대표하는 것이다. NCP는 국가의 보다 광범위한 인권 보호 의무와 별도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과 이에 따르는 인권 실사요구를 주의 깊게 구분하여야 한다"1

진정인은 본 사건 관련해서 한국 NCP에 미얀마 정부의 정책에 대한 판단을 요청한 바 없다. 이와 별개로 미얀마에 투자 및 사업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기업들의 인권을 존중할 책임에 대한 판단을 한국NCP에 요청한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 NCP는 이를 미얀마 정부의 정책 문제로 귀결시켜 버린 셈이다. 이는 진정인의 주장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일 뿐만 아니라 위 언급한 OECD 투자위원회의 권고사항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두 번째, 피진정 한국기업이 로힝야족에 대한 인권침해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한국 NCP의 판단에 대하여 본다. 우선, 한국 NCP의 1차 평가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상 특정한 규범위반여부(야기,기여, 또는직접연결)에대한판단을하는것이아니라추가조사및 조정의 절차 진행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고려하여 추가조사 및 조정 등 추가절차 진행여부를..”라고 하는 운영규정 제15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런데 본 진정사건에서 한국 NCP는 ‘기업활동과 이의신청에서 제기된 쟁점 간 연관성 여부’의 항목 아래에서 느닷없이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상 부정적 영향에의 ‘기여’ 부분을 언급하면서 피진정인들이 ‘기여’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1차 평가는 연관관계만을 판단하는 것으로, 특정한 규범위반의 유형에 대해서 판단하는 과정이 아님에도 ‘기여’라는 특정한 위반여부만을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하여 한국 NCP가 1차 평가에서 규범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더라도,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세 가지 규범 위반 여부(야기, 기여, 직접 연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으나, 5개 피진정 한국기업들에 대한 세 가지 규범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은 없다. 즉 판단 자체를 누락한 것이다.

이미 국제기구 및 국제 NGO의 보고서2에서 MEHL과의 합작관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기업들이 최소한 인권침해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군함 수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연관관계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상의 야기, 기여, 직접 연결 중 어떤 규범 위반의 형태에 해당하는지는 추가 조사 및 조정 등을 통하여 확인하여야 하는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NCP는 피진정 한국기업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서 기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만 것이다.

세 번째, 피진정인 대선조선이 다국적기업이 아니라는 판단에 대하여 본다. 한국 NCP는 이 결정을 운영규정과 한국 NCP의 기존 선례를 근거로 제시한다. 그런데 한국 NCP의 운영규정부터 잘못되어 있다. 운영규정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국내이행 차원에서 제정된 것인데,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원문과 달리 운영규정은 ‘2 이상의 국가에서 설립되는 것’으로 다국적기업의 정의를 함으로써, 다국적기업의 정의를 모 규범보다 협소하게 정의하는 문제를 낳았고, 이것이 잘못된 결정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한국 NCP가 그 결정의 근거로 삼고 있는 대광화공 사건에 대한 국제 NGO의 비판 논평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국 NCP는 "OECD 가이드라인은 다국적기업은 소유관계 또는 지분을 통해 상호 연결된 기업이 다수의 국가에 존재해야 한다고 '요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이 이를 "요구"한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가이드라인의 실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다국적기업은 "일반적으로" 다수의 국가에 있는 기업들이라는 것으로 여기에서 "일반적으로"라는 말의 의미는 다른 구조 역시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의 목적상 다국적기업에 대한 확정된 정의가 요구되지 않는다고 구체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NCP가 다국적기업에 대한 엄격한 정의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무엇보다도, 어떤 해석을 하든지간에 한국 NCP가 진정으로 가이드라인의 효과적 이행의 의지가 있었다면, 1차 평가 단계에서 진정을 기각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진정을 받아들이고 당사자들과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

이처럼 한국 NCP는 운영규정을 잘못 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규범의 취지와는 어긋난 선례들을 쌓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운영규정과 본 사안을 포함하여 OECD 투자위원회에 확인 요청을 할 예정이다.

네 번째, 포스코 강판이 MEHL과의 합작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부분 및 이노그룹이 MEHL에 배당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가 절차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 본다. 합작의 재검토 또는 배당하지 않겠다는 피진정 회사들의 답변에만 의존하여 이 회사들이 이후로도 배당을 지급할지, 또는 합작을 종료할지에 대한 본 사건의 진정과정에서 확인절차 없이 한국NCP는 판단을 내렸다. 즉, 이러한 기업들의 답변은 1차 평가를 넘어 추후 조사 또는 조정 등의 후속절차를 통해 확인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즉, 한국 NCP의 각하 판단과 달리 역설적으로 이러한 사정때문에 더욱 추가절차가 진행을 통하여 확인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NCP는 일방적으로 기업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추가절차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버리고 말았다.

다섯 째, 피진정기업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인권경영지침을 수립하고 있어서 진정인의 요구를 실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추가 절차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 한국 NCP의 판단에 대하여 본다.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본 진정 사건 제기 이전부터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선언했으며, 필요할 경우에 실사(Due Diligence)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만약 이것이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말하는 인권경영지침을 수립한 것이라면, 군함수출이 로힝야족의 인권에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실사를 실시하는 것이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공언한 인권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실사와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포스코 인터내셔널 뿐만 아니라 피진정 기업들 모두 인권/환경에 관한 실사 실시 여부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음에도 한국 NCP는 1차 평가를 종료하였다. 한국 NCP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 천명하는 책임 기업 경영(Responsible Business Conduct)을 국내에 증진하여야 하는 기관이며, 인권 실사는 책임 기업 경영의 핵심에 해당하는데 본 진정사건에서 한국 NCP는 피진정 한국기업들의 실사 이행 여부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언급도 찾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롯데호텔은 한국 NCP 절차에 대해 무시로 일관했다. 한국 NCP가 두 차례 답변서 제출을 촉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진정인의 주장에 대해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1차 평가에서 한국 NCP가 롯데호텔에 대해서도 진정을 종료했다는 점이다. 한국 NCP는 롯데호텔이 답변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별도로 판단하거나 유의미한 소통이 이뤄지기 전까지 결정을 유보했어야 했다. 진정절차에 의견도 내지 않은 기업에 스스로 우호적인 평가를 해주는 한국NCP 진정절차에 앞으로 어느 기업이 적극적으로 임하겠는가. 롯데호텔에 대한 이번 결정으로 NCP 진정절차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한국기업들 사이에서 한국 NCP의 위상에 흠집을 남겼다.

한국 NCP의 이런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설립 이래로 지금까지 제기된 진정에 대해서 절차적, 내용적으로 가이드라인에 따른 제대로 된 권고를 발한 사례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미얀마 군부와 사업활동과 관련된 피진정 한국기업 6곳 모두에 대해 진정절차를 종료하겠다는 결정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도대체 한국NCP는 왜 존재하는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판단하지도 않고, 자신들이 정한 절차마저 준수하지 않으면서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한국NCP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한국 정부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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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esponse by the Investment Committee to the Substantiated Submission by OECD Watch regarding the Australian National Contact Point, DAF/INV(2018)34/FINAL.
2 2019년 UN 미얀마 독립진상조사단 보고서, 2020년 국제엠네스티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