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배터리 산업 공급망에 인권환경 문제 만연
-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선도하는 한국 기업들 또한 동일한 문제에 직면
- 배터리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환경 영향 파악 및 대응을 위한
정부와 기업 차원의 적극적 조치 필요

  • 기업과인권네트워크와 공익법센터 어필은 21일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환경 리스크와 한국의 역할을 분석한 보고서 “배터리 파헤치기(Battery Extracted): 한국 배터리 기업과 인도네시아 니켈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환경영향”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인도네시아 현지 시민환경사회 단체인 동남술라웨시 왈히(WALHI Southeast Sulawesi), 푸스파함(PUSPAHAM), 인디스(INDIES)가 공동으로 연명에 참여했다.

  • 전기차 시장이 확장됨에 따라 핵심 동력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광물은 에너지 전환 기술에 주요하게 사용되어 ‘전환광물’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이들 광물이 채굴되는 지역에서는 심각한 환경파괴와 인권침해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수명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니켈의 수요는 2040년까지 40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약 50%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채굴 및 제련 과정에서 산림파괴, 대규모 탄소 배출, 수질 및 대기오염 등의 환경 오염과 더불어 지역 주민들의 토지 수탈, 전통적인 생계 수단 상실, 물에 대한 권리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 안디 라흐만(Andi Rahman) 동남술라웨시 왈히 대표는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니켈 등의 광물 자원에 의존하는 현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환경파괴를 심화 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광범위한 산림지역과 지역사회가 소유한 농경지, 전통적인 관습지역 및 보호구역 등에도 대규모 채굴 허가가 내려지면서 산림파괴와 해양·하천 오염, 생물다양성 훼손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기스란 마카티(Kisran Makati) 푸스파함 대표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모색하고 있지만, 니켈 채굴이 이루어지는 시골 마을에서는 심각한 인권환경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진정한 에너지 전환은 이러한 환경 오염과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쿠르니아완 사바(Kurniawan Sabar) 인디스 대표는 “전기차가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환경파괴와 지역 주민들의 희생이 자리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동차가 아니라 자원을 공평하게 사용하고 환경을 보존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 인도네시아산 니켈은 중국산 전구체를 통해 한국 배터리 기업의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니켈은 대부분은 중국으로 수출되어 배터리의 주요 원료인 전구체를 만드는 데 사용되며, 한국은 중국에서 생산된 전구체를 활발히 수입하고 있다.

  • 한편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배터리 산업 밸류체인의 각 단계에서 활발히 투자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들은 수직계열화 구축을 통해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연합의 배터리 규정(Battery Regulation)에서 요구하는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원재료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니켈 광산 및 중간재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권환경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 국내 종합상사 LX인터내셔널은 최근 인도네시아 동남술라웨시 북코나웨 지역에서 니켈 광산(PT. AKP) 운영권을 확보했다. 북코나웨는 동남술라웨시 내에서도 니켈 채굴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지역으로, 이미 지역주민들은 사업 활동으로 인한 부정적인 인권환경 피해를 겪고 있다. 주민들은 니켈광산 개발로 인해 농업 및 어업을 통한 전통적인 방식의 생계 유지가 어려워졌으며, 물 부족과 건강 피해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 안디 라흐만(Andi Rahman) 동남술라웨시 왈히 대표는 “실제로 북코나웨 랑기키마 지역의 한 농부는 PT. AKP의 니켈 채굴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 피해가 2020년 농작물 수확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고 증언했다”고 덧붙였다.

  • 한국정부는 2021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는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해왔지만, 기업의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환경 리스크에 대한 예방과 대응은 미비한 상태다. 또한 과거 막대한 재정적 손실로 인해 존폐 위기에 놓였던 자원 개발 공기업들을 중심으로 핵심광물 확보를 위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 기업과인권네트워크 김혜린 사무국장은 “자원개발 공기업들은 과거 해외 자원개발 부실투자로 여전히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으며, 전 광물자원공사는 광해광업공단으로 통합되어 해외 자원개발 투자 기능이 법적으로 제한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핵심광물 확보를 명분으로 충분한 정비 없이, 인권과 환경에 대한 영향 평가가 포함되지 않은 핵심광물 확보 정책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 이 보고서는 한국의 배터리 및 전기차 제조 기업들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환경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고위험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실사와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요구되며, 사업활동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에게 효과적인 구제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생태적·사회적 가치가 높은 지역에서 대규모 개발을 중단하고, 고위험 광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한국 정부는 수송 부문 탈탄소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대중교통 정책을 강화하고, 도로 차량을 줄일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전기차 확대 정책이 광물 채굴 및 에너지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 방향을 재조정하고, 핵심광물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재활용 의무를 강화해야한다. 또한 공급망에서 인권환경 위험이 발생할 경우 기업의 대응을 의무화하는 인권환경 실사법 제정도 시급하다.

  • 공익법센터 어필 정신영 대표는 인권환경 실사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환광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환경문제를 식별하고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인권환경 실사법 제정을 통해 이해관계자 소통 및 인권환경 문제 대응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