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 한국 연락사무소(이하 한국NCP)는 6월 24일 오늘 회의를 열어,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모기업인 니토덴코와 민주노총 및 금속노조와의 조정절차를 개시한다고 발표하였다. 2024년 10월에,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정리해고 등이 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진정이 제출된지 8개월만에 1차 평가가 이뤄진 것이다. 1차평가를 90일 이내에 완료해야한다는 한국 NCP의 운영규정에 비춰볼 때,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1차 평가가 늦어진 것에 대해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NCP의 이번 조정절차 개시 결정은 무려 534일이라는 초장기 고공농성을 니토덴코의 자회사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정리해고에 반대하여 노동자가 이어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반드시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만 한다. 한국NCP는 유감스럽게도 설립 이래 24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접수된 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 위반 진정건에 대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의 내지 못했다. 특히 이처럼 사회적 관심이 높은 외국투자기업의 정리해고 건이었던 아사히 글라스와 하이디스 건에 대하여 2016년에 한국NCP 역사상 처음으로 조정절차를 진행한 적 있었지만, 기업측의 NCP절차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벌어진 파행에 대해서 한국 NCP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아무런 성과없이 조정절차가 종결된 사례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한국NCP는 단지 니토덴코와 노동조합간의 대화 자리를 마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조정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쟁점을 정리하고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려 노력함과 동시에 조정절차의 근간은 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임을 명확히 표명해야 한다. 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이 바로 한국NCP의 존재근거이며, 존재근거에 따라 운영되지 않는 한 한국NCP가 존재할 이유도 없다. 만약 니토덴코와의 조정절차에서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NCP는 최종성명에서 니토덴코와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을 준수했는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내어야 할 것이다.

OECD회원국인 일본의 기업이 같은 OECD회원국인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면서 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진정을 받아 조정절차에 들어간 것 자체에 대해 니토덴코는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한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경영을 사실상 지휘하는 입장에 있으면서도 화재를 빌미로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정리해고에 이은 장기 고공농성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니토덴코에 한국NCP의 조정절차에 참여하는 것과 별도로, 즉각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중단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무려 8개월이 걸린 1차평가에 이어 시작되는 조정절차가 언제 끝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NCP의 조정절차가 실질적 성과를 얻으려면 니토덴코 측의 성실하고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NCP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리고 한국NCP 위원 중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정부위원들의 역할에 주목한다. 사실상 그동안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나마 전문성을 갖춘 민간위원들의 주도로 민간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이 조정절차를 진행해 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의 산업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공무원으로서 한국NCP에 참여하는 정부위원들은 과연 조정절차와 최종성명 과정에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어떻게 역할을 하는지 우리는 면밀히 살펴볼 것이다.

최근 산업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한국NCP 제도개선 권고에 대해 일부수용 하겠다는 결정을 전달한 바 있다. 여전히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전부 수용할 필요없이 한국NCP가 잘 운용되고 있다는 자신감에 근거한 결정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자신감이 있다면 수많은 한국과 일본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주시할 이번 조정절차에서 증명하기 바란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한국NCP는 시민들에게 시급히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될 것이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 박정혜 조합원의 고공농성이 끝나고 지상에서 이 여름을 보내기를 많은 시민들과 함께 간절히 기원한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NCP의 이번 조정절차 개시 결정이 사태해결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하며, 한국NCP의 조정절차를 포함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감시해 나갈 것이다.

2025. 6. 24.
기업과인권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