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7. 23. 라오스에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의 보조댐(Saddle D)이 붕괴하여 71명이 사망하고 1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비극적 사고가 있었다. 사고 5주기를 맞이하여, 국내외 시민단체*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자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기업과인권네트워크, 마누샤 재단(Manushya Foundation), 국제포용개발연대(Inclusive Development international), 인터내셔널 리버스(International Rivers).
SK에코플랜트, 끝까지 부실시공 책임 회피… 2억 달러 상당 국제중재 제기
○ 가해 기업이 아직도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의 책임을 부인하면서, 진상 및 책임 규명조차 완료되지 못했다. 세피안∙세남노이 댐 시공사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공식 운영권자인 합작회사 PNPC(Xe-Pian Xe-namnoy Power Company)를 상대로 싱가포르에서 2억 달러 상당의 국제중재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는 부실시공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재해에 의한 불가항력의 사고였으므로,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가 보상비용 등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 그러나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는 인재(人災)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라오스 정부가 발족한 국가조사위원회의 독립전문가그룹(Independent Expert Group, IEP)은 2019. 5. 28. 조사 결과를 발표하여, 세피안∙세남노이댐 사고는 기초 지반에 대한 적절한 조처로 막을 수 있었던 붕괴사고였으며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국내외 시민단체들은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인권정책 선언문'을 공표하고 인권친화 기업을 자임하고 있다”며 “말로만 사회적 책임을 외칠 것이 아니라, SK에코플랜트가 일으킨 중대한 참사에 대한 책임부터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상금 9,125만 달러 중 71% 라오스 정부로 지급, 집행 실태는 불투명
○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공식 운영권자 PNPC는 2022. 8. 30. 유엔 인권전문가들에게 제출한 서한에서 피해보상을 위하여 총 9,125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지급했다고 밝혔던 바 있다. 그러나 PNPC가 시민사회에 제공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PNPC가 제공한 보상금의 대부분(6,487만 달러, 총 보상액의 약 71%)은 피해 주민이 아닌 라오스 정부에 지급되었다. 5억 톤이 넘는 물에 휩쓸려 간 가옥, 농지, 인프라 등에 대한 배상금이 모두 라오스 정부에 지급되었기 때문이다. 라오스 정부는 열대우림을 개간해 신도시를 건설하는 “마스터플랜”을 기획하고, PNPC가 그 개발 비용을 대는 방법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게 했다. 보상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보다, 라오스 정부의 개발 수요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마스터플랜”의 구체적 내용이나, 라오스 정부가 PNPC로부터 받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집행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공개되어 있지 않다.
○ PNPC에 따르면, PNPC는 피해자들의 인명피해 및 재산적 손해에 대해서는 각 피해자들에게 일정한 금전적 보상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날 시민단체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기존 보상에서 누락된 귀중품 등에 대한 보상 절차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인 데다, 비극적 참사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트라우마 회복 지원 등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피해자들, 지속가능한 생계 수단 보장 안 돼
○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2022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댐 사고 피해의 구제 현황을 조사하였으며, 현지 피해자들도 인터뷰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낯선 땅으로 이주하였고, 이전과 같은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 피해 마을 주민들은 본래 세피안강 주변에서 주로 쌀농사를 통해 생계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PNPC는 라오스 정부의 ‘마스터플랜’에 따라, 피해자들의 본래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피해자들이 해당 단지로 이주하도록 했다. 피해자들이 종전의 생활양식과 생계수단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 이에 라오스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신규 경작지를 배정했다. 그러나 그 경작지는 열대우림 개간지로 논 농사가 불가능한 땅이다. 피해자들은 기존과 같이 쌀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할 수 없으며, 카사바 등 상품작물을 재배하여 판매하거나 기업에게 농지를 임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들은 “피해자들은 세피안∙세남노이댐 사고 이전까지는 개인 예금계좌조차 없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갑자기 상업적 농업인으로 변화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 이번 조사에 참여한 박영아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라오스는 농경국가라고 할 수 있다. 인구의 상당수는 논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한다. 피해자들도 생계와 생존을 논과 강 등 집 주변 자연에 의존해 유지해왔다. 그런데 댐 붕괴 이후 피해자들은 사실상 강제이주를 당했을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생계수단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시민단체, 피해 주민들의 진정한 회복을 중심에 둔 조치 촉구
○ 국내외 시민단체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가해 기업은 보상금으로 많은 돈을 내놓았으니 책임을 다했다는 태도이지만, 실제로 그 돈이 쓰인 용처를 보면 책임을 면피하고자 하는 기업의 필요와 신도시를 개발하려는 라오스 정부의 필요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해자의 진정한 회복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고, 그 결과 피해자들은 사고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가능한 생계수단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 나아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SK에코플랜트를 포함해 PNPC, 라오스 정부, 또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제공한 대한민국정부 모두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의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피해자의 진정한 회복을 중심에 둔 구제조치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
2018. 7. 24. 라오스에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의 보조댐(Saddle D)이 붕괴하여 71명이 사망하고 1만 명 이상이 이재민이 된 비극적 사고가 있었다. 사고로부터 5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피해자들은 사고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시공사 SK에코플랜트, 운영사 PNPC, 라오스 정부, 그리고 ODA 자금을 제공한 대한민국정부에 대하여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회복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를 촉구한다.
SK에코플랜트. 여전히 참사에 대한 책임 부인해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의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는 PNPC를 상대로 싱가포르에서 국제중재를 제기하여,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는 부실시공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재해에 의한 불가항력의 사고였으므로,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가 보상비용 등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다투고 있다.
그러나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는 인재(人災)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라오스 정부가 발족한 국가조사위원회의 독립전문가그룹은 2019. 5. 28. 조사 결과를 발표하여, 세피안∙세남노이댐 사고는 기초 지반에 대한 적절한 조처로 막을 수 있었던 붕괴사고였으며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인권경영을 적극적으로 이행한다는 '인권정책 선언문'을 공표하고 인권친화 기업을 자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말로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으킨 중대한 참사에 대한 책임부터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보상금, 피해자들이 아닌 라오스 정부에 지급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공식 운영권자인 PNPC(Xe Pian-Xe namnoy Power Company)는 2022. 8. 30. 유엔 인권전문가들에게 제출한 서한에서 피해보상을 위하여 총 9,125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제공했다고 밝혔던 바 있다. 그러나 PNPC가 시민사회에 제공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PNPC가 제공한 보상금의 대부분(6,487만 달러, 총 보상액의 약 71%)은 피해 주민이 아닌 라오스 정부에 지급되었다.
이는 댐 붕괴로 인하여 손상되거나 손실된 가옥, 농지, 인프라 등에 대한 보상금이 모두 라오스 정부에 지급되었기 때문이다. 라오스 정부는 열대우림을 개간해 신도시를 건설하는 “마스터플랜”을 기획하고, PNPC가 그 개발 비용을 대는 방법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게 했다. 보상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보다, 라오스 정부의 개발 수요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었던 것이다. 라오스 정부가 PNPC로부터 받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집행했는지에 대한 정보 및 “마스터플랜”의 구체적 내용은 전혀 공개되어 있지 않다.
PNPC의 주장에 따르면, PNPC는 피해 마을 주민들에게 인명피해 및 재산적 손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지급했다. 그러나 PNPC가 기업과인권네트워크 측에 보낸 이메일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기존 보상에 포함되지 못한 귀중품 등에 대한 보상 절차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진행 중에 있었다. 나아가 비극적 사고가 일으킨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트라우마 회복 지원 등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오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피해자들, 지속가능한 생계 수단 보장 안 돼
한국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조합의 연대체인 기업과인권네트워크가 피해자들을 인터뷰한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낯선 땅으로 이주하였고, 지속가능한 생계수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 마을 주민들은 본래 세피안강 주변에서 주로 쌀농사를 통해 생계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PNPC는 라오스 정부의 ‘마스터플랜’에 따라, 피해자들의 본래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땅을 개간해 주거단지를 조성했다. 피해자들은 다른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주거단지로 이주해야만 했다.
라오스 정부는 이주한 피해자들에게 생계 수단으로 열대우림을 개간한 경작지를 배정했으나, 그 경작지는 논 농사가 불가능한 땅이다. 피해자들은 기존과 같이 쌀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할 수 없으며, 카사바 등 상품작물을 재배하여 판매하거나 기업에게 농지를 임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세피안∙세남노이댐 사고 이전까지는 개인 예금계좌조차 없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급자족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상업적 농업인으로 변화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댐 붕괴로 인하여 피해자들은 사실상 강제이주를 당해야만 했을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생계수단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주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중심에 둔 구제 조치를 촉구함
세피안∙세남노이댐 사고에 연루된 기업들은 보상금으로 많은 돈을 내놓았으니 책임을 다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 돈이 쓰인 용처를 보면 책임을 면피하고자 하는 기업의 필요와 신도시를 개발하려는 라오스 정부의 필요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해자의 진정한 회복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고, 그 결과 피해자들은 사고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가능한 생계수단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SK에코플랜트뿐 아니라 PNPC, 라오스 정부, 또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에 대외경제협력기금을 제공한 대한민국정부 모두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의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도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피해자의 진정한 회복을 우선순위에 둔 구제조치가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