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차몬 여판통 UN기업과인권실무그룹 의장 “권리보유자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어야” 강조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정향숙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죽어… 기업의 책임 묻기 위한 연대를”
-기업과인권네트워크, 반올림 포럼 개회식, 세션, 부스, 영화 상영 등으로 기업 인권환경실사법 제정 촉구
- 2025년 9월 17일, 태국 방콕 유엔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유엔 아시아-태평양 기업과 인권 포럼(United Nations Responsible Business and Human Rights Forum, Asia-Pacific)’ 개회식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약칭 ‘반올림’)의 정향숙 활동가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직업병 피해자로서 자신의 경험과 함께 반도체 산업 공급망에서 벌어지는 건강권 환경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며, 한국을 비롯한 해외 사업장에서도 더 이상 직업병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공급망에서의 기업 책무성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서의 실사법 제정을 촉구”하였다. 참석자들은 직업병 피해자가 직접 전하는 삼성의 노동, 환경 문제를 듣고 ” 발표가 강렬하고, 울림이 컸다” 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유엔 포럼 개회식에 발표를 함께 준비한 기업과인권네트워크 활동가들도 특정 기업 삼성이 두 번이나 언급된 “인상적인 개회식 발언이다” 말했다.
- 정향숙 활동가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21년간 근무했으며, 화학물질 노출과 과도한 노동 강도로 인해 ‘거대세포종’이라는 희귀질환을 진단받아 뇌수술 후 한쪽 귀의 청력을 잃고 얼굴이 부분 마비되었다. 그 외에도 디스크, 자궁 질환 등 중증 질환을 겪었다. 그는 발언에서 “저는 제 일이 자랑스러웠지만, 그 일은 제게 심각한 건강 문제를 남겼습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정향숙 활동가의 질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이는 알 권리가 부족한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노동자들이 직업병 입증 책임을 지는 반면, 증거는 기업이 가지고 있고, 기업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증거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 “노동자들에게는 일터의 위험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며, 반올림이 ‘알 권리’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직업병 피해자이자 반올림 활동가이기도 한 정향숙은 “공급망 전반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죽고 있으며, 가장 위험한 공정일수록 외주화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급망 주도 기업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베트남 공장에서 삼성전자가 적절한 폐수 처리 시설과 대기오염 처리 없이 공장을 운영하고 위험 공정을 외주화한 사례를 언급하며, 위험의 외주화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업의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멈추고,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 ‘유엔 아시아-태평양 기업과 인권 포럼’은 매년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를 비롯한 8개 유엔 기구에서 주관하는 지역 최대 기업과 인권 행사로, 올해는 90개국 약 2,150명의 정부, 기업, 국제기구, 학계 관계자와 인권·환경옹호자, 노동자, 선주민 대표 등이 참석하여 9월 16일-19일 4일간 진행된다.
- ‘유엔 아시아-태평양 기업과 인권 포럼(United Nations Responsible Business and Human Rights Forum, Asia-Pacific)’ 개회식에서 유엔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공식 명칭은 UN Working Group on Business and Human Rights) 피차몬 여판통(Pichamon Yeophantong) 의장은 “기업 활동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사람이며, 권리보유자(인권의 주체)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권침해 피해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진정한 용기는 그들의 행동에서 비롯된다”며 최근 한국 방문 중 만난 사례들을 소개했다. 세종호텔의 복직 투쟁 중인 고진수 노동자의 장기 고공농성, 일본 기업 니토덴코와 자회사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와의 대화 촉구, MBC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유가족의 단식 농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사례는 기업 활동 속 인권침해가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재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 여판통 의장은 “신뢰 없는 기업 활동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갈등, 평판 리스크, 공급망 붕괴, 투자자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며, 권리보유자와의 신뢰 구축은 ‘도덕적 책임’일 뿐 아니라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연설은 “이 포럼이 변화의 촉매제가 되어야 하며, 더 이상 인권을 위한 투쟁이 사람들의 희생 위에 서 있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로 마무리됐다.
- 한편, 2025년 6월 13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기업이 자신의 기업활동과 공급망 내 인권·환경·노동 문제를 식별하고 대응하도록 하는 ‘인권환경실사’를 의무화하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정태호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되었다. 반올림을 비롯한 한국의 인권·노동·환경·공익법 단체로 구성된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법안의 성안과 발의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 이번 포럼에는 국제민주연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반올림이 기업과인권네트워크 소속으로 참여하여 총 5개 세션에서 한국의 실사법안과 기업과인권네트워크의 활동에 대해 발표하고, 한국 반도체 사업의 여성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무색무취’를 상영하고, 반올림과 기업과인권네트워크를 소개하는 부스를 운영하였다.
- 반올림과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한국 기업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이 인권을 존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관행을 정착시키도록, 그리고 기업활동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적절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규범, 운동과 연대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