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올 중독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 이번에도 삼성전자의 휴대폰 금속부품을 만드는 협력사였다. 금속부품을 가공할 때 ‘냉각’용도로 메탄올을 사용했다는 점, 기초적인 안전설비만 갖췄어도 없었을 사고라는 점, 현기증, 호흡곤란, 시력저하 같은 중독 증세를 여러 노동자가 겪었지만, 회사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사고를 키운 점 등 달라진 것이 없다. 협력사가 한국이 아니라 베트남에 있었다는 점을 빼면 너무나 똑같은 사고다.
피해는 한국보다 컸다. 37명이 메탄올 중독 판정을 받았고, 여러 명의 노동자가 혼수상태와 시력상실 등 중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42세의 여성 노동자 응우옌 티 H님이 목숨을 잃었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응우옌 티 H님을 추모하고, 가족과 동료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심각한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피해노동자들의 회복을 간절하게 기원한다.
2016년 한국에서 메탄올 중독으로 6명의 2~30대 노동자가 시력을 잃었고, 삼성은 국내외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몇 년이 지난 2019년 삼성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대책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전 사업장은 물론 협력회사에서도 메탄올을 ‘세척, 탈지, 냉각’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방안이었다.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냉각’ 용도로 메탄올 사용을 규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번 메탄올 중독사고는 협력업체의 메탄올 사용을 잘 통제하고 있다는 삼성의 공언이 얼마나 공허한지 잘 보여주었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가 이번 사고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단지 삼성의 협력회사에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은 휴대폰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면서, 위험도 함께 옮겼다.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삼성에서 사용하는 제품 중 발암성, 생식독성, 변이원성을 갖는 유독물질이 거의 절반에 이른다. 사용제품 3개중 2개 이상이 눈과 피부 그리고 간, 신장, 중추신경계 등 여러 장기 독성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그러나 화학물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설비차폐, 환기장치, 국소배기장치, 보호구 등은 아예 없거나 적절한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환경범죄이다. 2010년부터 가동되었던 베트남 박닌공장은 독성오염공기를 불법적으로 방출해왔다. 화학물질 폐수도 우수관을 통해 인근 하천으로 흘러들도록 방치했다. 지역 주민들은 오염된 공기에 시달렸고, 오염된 땅에서 오염된 물로 농사를 지었다.
삼성전자 박닌공장이 위험공정을 외주화하면서 위험은 또 한 번 증가했다. 협력업체의 안전보건관리는 삼성보다 열악했고, 금지·규제물질을 사용하다 들키기도 했다. 더 싸고 성능이 좋기 때문이다. 삼성의 지속적인 단가인하압력이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협력사는 다시 자신의 협력사에게 생산을 외주화했다. 위험은 거듭해서 증가했다. 바로 이번 메탄올 사고가 이런 경우였다. 스스로도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삼성전자가 협력업체에서 제대로 관리하겠다는 것은 애초에 믿기 힘든 약속이었다.
위험의 외주화는 위험을 떠넘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위험의 외주화는 낮은 임금만이 아니라 느슨한 안전보건규제를 찾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위험을 더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더 통제되지 않는 곳으로 옮겨서 결국 위험을 키우는 것이다. 삼성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공언한 약속이 번번이 허물어지는 일이 없도록 공급망 내에서 메탄올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이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공급망에 대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공허한 소리만 늘어놓지 말고,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해야 한다.
삼성은 메탄올 실명사고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라!
삼성은 피해 복구를 위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
삼성은 공급망 내에서 메탄올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