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경기도 화성의 리튬배터리 생산업체 아리셀에서 23명의 노동자가 배터리 폭발 화재로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하나의 배터리에서 시작된 불꽃은 바로 옆에 불법 적재한 3만 5천여개의 배터리 셀에 순식간에 옮겨 붙었다. 1분도 안되어 모든 것이 연기로 뒤덮이고 화마에 휩싸여 잿더미로 변했다. 아리셀은 이미 4차례의 화재 경험이 있었다. 소방당국의 화재위험 경고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위험의 시그널은 무시되었다. ‘위험성 평가 우수사업장’이라는 정부의 가짜 평가는 면죄부를 주고 중대재해 참사로 이어졌다.
에스코넥은 아리셀의 뒤에 숨어 중대재해 참사의 책임을 비켜가려 하고 있다. 모기업과 자회사 관계를 넘어 에스코넥이 아리셀의 지분 96%을 소유하고, 운영자금도 대고, 영업과 매출을 담당하며 실제 운영과 관리를 해왔다. 따라서 아리셀을 실질적으로 지배, 관리, 운영해 온 에스코넥이 이번 중대재해 참사의 주범이다.
에스코넥은 리튬전지의 화재폭발 위험도 모를 리 없다. 아리셀을 실질 관리해 오면서 아리셀 배터리의 군대 내 폭발 사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한 에스코넥은 리튬2차전지를 만드는 삼성SDI의 협력사로, 삼성SDI에 ‘분리막’을 납품해왔다.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열이 나, 열폭주 현상이라는 위험한 폭발과 화재가 난다. 이러한 에스코넥이 리튬전지의 화재폭발 위험을 모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안전을 위해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아리셀 참사의 진짜 주범 에스코넥은 2019년 삼성전자로부터 ‘준법경영’ 우수협력사로 선정되어 특별상까지 받은 바 있다. 도대체 어떤 준법경영을 했다는 것인가? 에스코넥과 그 대표 박순관은 삼성전자, 삼성SDI의 협력사로서 삼성이 협력사에게 요구하는 노동인권, 안전, 환경 경영 등 행동규범을 지킬 의무가 있다.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하고 있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지고있다. 그러나 아리셀, 에스코넥 대표 박순관은 그 어떤 안전 관리도 한 것이 없었다. 위험업무를 시키면서도 비상대피훈련도, 비상구 확보도, 안전교육도 없었다. 초기 화재를 진압할 안전시설도 갖추지 않았다. 오로지 탐욕스런 이윤 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불법 인력소개소를 통해 고용된 이주노동자들을 대거 희생시켰다. 최악의 중대재해 참사다.
삼성 협력사 에스코넥과 대표이사 박순관이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진짜 주범이다. 그럼에도 아리셀 뒤에 숨어 에스코넥은 아무일 없다는 듯 지금 이 순간에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반면 중대재해 참사의 피해 가족들은 제대로 애도의 시간도 보내지 못한 채, 박순관에게 사과한마디 듣지 못한 채, 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참사 발생 60여일이 되도록 산재피해가족들은 책임있는 자들에게 사과한마디 듣지못하고, 화성시청, 고용노동부, 경찰, 국방부를 돌아다니며 진상규명과 사태해결을 요구하고 박순관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 삼성 앞에 모였다.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협력사의 중대재해를 알면서도 수수방관만 하고 있기에 오늘 이 자리에 모여 또다시 호소하고 있다.
참담하다. 삼성은 협력사에게 말로만 윤리경영, 안전경영을 요구하는가. 협력사 행동규범은 왜 만들었는가. 행동규범을 위반한 에스코넥과 대표 박순관을 언제까지 방관, 방조만 할 것인가? 삼성이 과거에 삼성반도체 백혈병, 직업병 피해자들을 돈으로 회유했던 것처럼 우선 개별 합의를 종용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가르치기라도 하는 것인가? 돈 몇 푼의 합의로 죽음을 덮고, 참사의 책임을 비껴가라고 협력사 행동규범을 마련했는가? 그렇지 않다면 최악의 중대재해 참사를 일으킨 에스코넥에 대해 삼성은 제대로 책임을 요구하라. 삼성이 협력사 행동규범을 국제사회에 공표했듯이, 아리셀 참사의 문제해결을 위한 삼성의 행동을 국내 뿐 아니라 국제사회도 지켜보고 있다. 삼성은 아리셀 참사의 실질적 책임기업 에스코넥과 지금당장 거래를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