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2023. 2. 22.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노르웨이 연락사무소(Norwegian National Contact Point, 이하 ‘노르웨이 NCP’)는 지난 2017. 5. 12.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 작업장에서 발생한 크레인 충돌사고에 관한 이의신청 사건에 대하여 최종성명을 발표하였다.
  2. 지난 2017. 5. 1. 해양 플랜트 마틴링게 플랫폼의 상부구조물 모듈을 건조 중이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작업장에서 크레인 충돌이라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로 수십여 명의 노동자가 사상하였고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많은 노동자들이 트라우마 등의 피해를 입었다.
  3. 이에 마틴 링게 프로젝트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 노동자 지원단과 기업과인권네트워크(이하 ‘신청인들’)는 2019. 3. 20. 마틴링게 모듈 제작을 발주한 에너지 회사 토탈(TotalEnergies E&P Norg AS, TEPN)과 에퀴노어(Equinor ASA), 마틴링게 모듈 시공사인 삼성중공업과, 삼성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모듈 설계를 담당한 테크닙(Technip Energies)이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위반하여 크레인 충돌사고를 초래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위 기업들의 본사가 있는 한국, 프랑스, 노르웨이 NCP에 이의신청을 하였다.

    노르웨이 NCP는 효과적인 진행을 위해 노르웨이 NCP에서 이의제기 절차를 모두 통합하여 진행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삼성중공업이 동의하지 않아 이의제기 절차는 두 곳으로 분리되어 진행되었다. 한국 NCP에서는 한국에 본사를 둔 삼성중공업에 관한 절차가, 노르웨이 NCP에서는 유럽에 본사를 둔 토탈, 에퀴노어, 테크닙(이하 ‘피신청인들’)에 대한 절차가 진행되었다.

  4.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동의한 회원국에 설치되어 있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는 비사법적 고충처리절차(non-judicial grievance mechanism)로서 다국적 기업의 가이드라인 이행에 관한 이의제기 절차를 운영한다. 이 절차는 기업의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권리를 침해당한 당사자들에게 조정과 권고를 통해 구제책을 제공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모색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제도이다. 그러나 크레인 충돌사고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에서 피신청인들에 대한 책임인정과 이에 기초한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구제책 제공에 대한 촉구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5. 신청인들은 노르웨이 NCP에서 진행된 이의제기 절차에서, 피신청인들은 가이드라인 중 기업의 인권책임경영 및 인권실사(Human Rights Due Diligence) 의무, 작업상 보건 및 안정성 보장 의무, 정보 공개 의무 등을 위반하였으므로 크레인 충돌사고로 발생한 부정적 영향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크레인 충돌사고 당시 피신청인들은 마틴링게 모듈 발주사 또는 설계 등을 담당한 기업으로서 삼성중공업이 적절한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지위와 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고 예방 조치를 마련하고 적절하게 이행하게 할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중공업의 위험한 작업방식과 미흡한 안전대책이 노동자에게 초래할 부정적 영향을 확인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다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크레인 사고라는 부정적 영향의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실제로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신청인들은 피신청인들이 기업활동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적시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을 위반하여 크레인 충돌사고 이후 작성된 사고 조사 보고서를 피해 노동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6. 위 이의제기에 대하여 노르웨이 NCP는 우선 조정절차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피신청인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가운데 양 당사자들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이후 노르웨이 NCP는 이의제기 사항을 검토하여 피신청인들의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및 권고에 대한 최종성명을 발표하였다. 노르웨이 NCP는 최종성명에서 크레인 충돌사고는 삼성중공업이 발생시켰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하면서, 피신청인들은 크레인 충돌사고를 직접 야기하거나 사고 발생에 기여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피신청인들은 삼성중공업과의 사업관계를 통해 사고 발생과 ‘직접 연결(directly linked)’ 되었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기업은 크레인 충돌사고와 같은 부정적 영향을 직접 야기하거나 기여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영향력을 사용하여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 주체에 부정적 영향을 방지 또는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에 기초하여 피신청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하였다.

    실사 및 이해관계자의 참여
    OECD 실사 지침(OECD Due Diligence Guidance)에 따르면 의미있는 이해관계자 참여는 실사 절차의 핵심요소이다. 조선소와 가스, 석유 산업에서 노동자는 핵심 이해관계자이다. 이와 관련하여 노르웨이 NCP는 피신청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 피신청인들은 기업의 자체 정책 및 관리 시스템에 의미있는 이해관계자 참여를 포함하고, 공급업체와의 계약 및 사업관계에서 책임있는 사업수행과 의미있는 이해관계자 참여를 포함하며, 이러한 조건이 공급망에도 전달될 것이라는 기대를 포함할 것
    - 하청업체를 포함한 노동자가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익명으로 우려되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OECD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기경보시스템과 고충처리 메커니즘을 구축할 것
    - 신청인들이 피신청인들에게 선박 및 플랜트 건설을 위한 구매관행 및 계약 조건에 포함하라고 제안한 조건을 고려할 것

    사고조사보고서 공개
    투명성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OECD 가이드라인의 정신에 따라, 기업들은 사고조사보고서의 일부를 신청인들과 공유할 것을 권고한다.

    영향력 활용과 구제방안
    한국 NCP가 삼성중공업에 조사과정에서 포함되지 않은 추가 피해자에 대해 구제조치를 취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에 대한 개선조치 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였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노르웨이 NCP는 이 사건에 관련된 기업들에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 단독으로 또는 다른 기업과 협력하여 삼성중공업이 한국 NCP의 권고를 이행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것
    - 삼성중공업이 이 과정에 신청인들을 참여시키도록 독려할 것

    그리고 삼성중공업이 다른 조선사 및 정부와의 협력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을 모색하도록, 기업 자체적으로 또는 IOGP(International Association of Oil & Gas Producers)와 같은 부문 전반의 이니셔티브를 통해 삼성중공업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할 것을 피신청인들에게 권고한다.

    - 위험성 평가 및 세부적이고 관련성 있는 안전조치의 이행과 관련하여 OECD 가이드라인에 따른 실사 강화
    - 다단계 하도급과 같이 한국 조선업계의 보건, 안전,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 적극 해결
    - 산업재해 피해자를 위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트라우마 관리의 부재 해결

  7. 노르웨이 NCP는 위 권고를 통해 피신청인들에게 가이드라인에 따라 크레인 충돌사고 피해자 구제 및 재발방지를 위해 자신들의 역할을 다할 것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노르웨이 NCP는 이의제기 절차에서 확인된 객관적인 자료와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았을 때, 당시 피신청인들이 크레인 충돌사고 발생 위험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지만 이를 확인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볼만한 사정이 다수 존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신청인들이 크레인 충돌사고를 야기하거나 사고 발생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이에 기초하여 피신청인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자 구제조치를 이행할 것을 권고하지 않았다. 신청인들은 이에 대하여 강한 유감을 표한다.

  8. 다만, 노르웨이 NCP가 피신청인들에게 기업의 실사 절차 등에 이해관계자를 참여하도록 하고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노동자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을 권고한 것은 기업의 사업 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재적,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완화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또한 노르웨이 NCP는 삼성중공업이 크레인 충돌사고를 유발하였으므로 그에 대한 책임은 기본적으로 삼성중공업에 있다고 하면서, 동시에 피신청인들도 발주사, 지분투자사, 설계를 담당한 기업으로서 크레인 충돌사고라는 부정적 영향과 직접 연결(directly linked)되어 있으므로 삼성중공업이 피해자 구제와 재발방지 조치를 이행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권고하며 피신청인들의 책임을 강조하였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다국적 기업이 사업 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직접 초래한 부정적 영향뿐 아니라, 계약이나 공급망 등을 통해 연결된 주체들이 유발한 부정적 영향도 함께 예방하고 완화할 책임과 역할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9. 크레인 충돌사고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이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고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신청인들은 피신청인들과 삼성중공업이 노르웨이 NCP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실효성 있는 피해자 구제와 재발방지를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10. 한편, 삼성중공업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를 진행한 한국 NCP는 지난 2022. 10. 26. 최종성명을 발표하여 삼성중공업에 조사과정에서 누락된 추가 피해자가 확인된다면 그에 필요한 구제조치 등을 취할 것, 산업안전사고 발생 시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탐색하고 피해자에 대해서는 보상 등 적정한 구제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수립할 것, 수립한 사고방지대책을 성실히 이행하고, 사고방지대책이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에 관한 실사를 진행할 것 등을 권고하였다.

    이는 소극적으로 이루어진 최소한의 권고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중공업은 위 권고 이행에조차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크레인 충돌사고 피해 노동자들뿐 아니라 유족, 사고 현장에 있었던 수많은 트라우마 피해자들이 아직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피해구제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피해자 구제나 재발방지대책 마련 과정에 주요 이해관계자인 노동자들의 참여와 관여도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노르웨이 NCP의 권고를 바탕으로 한국 NCP의 권고를 성실히 이행하고 이 과정에 신청인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안전조치이행과 관련한 실사 강화, 다단계 하도급 문제 해결, 산재 피해자를 위한 체계적인 관리 부재 해결을 위한 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11. 신청인들은 피신청인들과 삼성중공업이 이번 이의제기 절차를 기업의 발주, 수주 및 생산의 전 과정에서 노동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인식 전환의 계기로 삼고, 책임있는 피해자 구제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신청인들은 피신청인들의 행보를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2023. 2. 22.

마틴 링게 프로젝트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 노동자 지원단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 /

전국금속노동조합법률원 /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기업과인권네트워크

공익법센터 어필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

국제민주연대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좋은기업센터 / 해외주민운동연대 / 환경운동연합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