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 해외법인, 지속가능한 팜유 원탁회의(RSPO)로부터 인도네시아 토착민 권리 침해로 지속가능성 기준 위반 결정 받아
  • 삼성물산은 RSPO 결정에 따라 토착민 공동체와 협력하여 참여형 매핑 실행하고 내부 고충처리절차 개선해야
  • 삼성물산은 해외 사업장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에 귀 기울여야

2025년 3월 11일, 지속가능한 팜오일 생산을 위한 국제 협의체인 'RSPO(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는* 인도네시아 리아우 주에서 팜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넥다 법인(PT Inecda)이 탈랑 파릿(Talang Parit) 토착민의 지역에서 지속가능성 기준을 위반하였다는 결정을 확정하였다. 이넥다 법인은 간다에라(PT Gandaerah Hendana) 법인과 함께 삼성물산이 인도네시아 리아우 주에서 팜유 생산을 위해 운영하는 자회사로, 삼성물산은 이넥다 법인과 간다에라 법인을 통해 2만4천ha 규모의 팜 농장을 운영하며 연간 10만톤 규모의 팜원유(CPO)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의 종합상사들은 바이오연료 개발 열풍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에 진출하여 팜유 확보에 나섰으나 팜 농장 운영 과정에서 인권환경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파푸아에서 팜농장을 운영하는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대규모 산림파괴와 토착민 권리 침해로 인해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위반하였다는 진정이 제기된 바가 있으며, 서부 칼리만탄에서 팜농장을 운영하는 대상 그룹은 토지분쟁과 지역주민의 범죄화(criminalization)에 연루된 것으로 비판을 받았다.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팜 농장에서 아동노동, 농장 내 화재 책임 회피, 토착민 권리 침해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2019년 RSPO 인증을 취득한 이후, 삼성물산은 친환경 팜 농장이라는 이미지를 적극 홍보해왔다.

그러나 이넥다 법인은 탈랑 파릿 토착민이 수세대 동안 해당 지역에서 누려온 그들의 토지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토지 분쟁이 발생해 왔다.** 탈랑 파릿 토착민은 수세대 동안 지역의 호수와 산림에 의존해서 살아왔으나 이넥다 법인이 1990년대에 팜 농장 개발을 위해 산림 개간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경제적 기반과 문화적, 영적 전통 관습의 소멸 위협을 받아왔다. 이에 탈랑 파릿 토착민은 이넥다 법인을 대상으로 관습적 토지권을 주장해왔으나 이넥다 법인은 탈랑 파릿 토착민이 인도네시아 법에 따른 관습법 공동체(customary law community)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관습적인 토지권이 인정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 2021년 3월, 탈랑 파릿 토착민은 이넥다 법인이 (1) 자유로운 사전인지동의 없이 팜 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 플라즈마 농장을 제공하지 않았고, (3) 이해관계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내부 고충처리절차가 부재한 것이 RSPO의 지속가능성 기준 위반이라고 진정을 제출하였다.

RSPO의 진정 패널(Complaint Panel)은 독립적인 조사단을 구성하여 해당 사안을 검토한 결과, 2024년 9월, 탈랑 파릿 토착민이 RSPO 기준에 따라 법적 지위와 무관하게 관습적 토지권이 있는 관습법 공동체이며, 이에 이넥다 법인이 2020년 토지사용권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탈랑 파릿 토착민의 자유로운 사전인지 동의를 구하지 않아 RSPO 기준을 위반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RSPO 진정패널은 이넥다 법인의 내부 진정절차를 포함한 규정 제정 및 배포 과정에서 탈랑 파릿 토착민을 포함한 영향 받을 수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넥다 법인이 RSPO 기준을 위반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RSPO 진정 패널은 이넥다 법인이 탈랑 파릿 토착민이 직접 참여하여 자신들의 생활 환경과 관습적 토지를 기록하는 참여형 매핑(participatory mapping)을*** 진행하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회사 내부에 고충처리절차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넥다 법인은 이러한 결정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였으나 기각되어 2025년 3월, RSPO 진정 패널의 결정은 확정되었다.

우리는 ‘친환경 팜유 사업’으로 홍보되는 산업의 이면에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침해 당한 토착민들의 현실을 인정한 RSPO의 결정을 환영한다. 삼성물산은 탈랑 파릿 토착민의 관습적 권리 침해 문제가 시민단체 등을 통해 이미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공동체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삼성물산이 RSPO 진정 패널의 요구를 즉각 수용해 탈랑 파릿 토착민에 공식 사과하고, 이들의 관습적 토지권을 회복하기 위해 참여형 매핑을 적극 실행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삼성물산이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환경 파괴 등의 우려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책임 있게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

2025년 3월 28일

기업과인권 네트워크

*RSPO(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 지속가능한 팜유 원탁회의)는 팜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대우림 파괴, 토착민 및 지역사회 권리 침해, 생물다양성 감소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04년 다수의 이해관계자(환경단체, 기업, 투자자 등)가 공동으로 설립한 협의체이다. RSPO는 지속가능성 기준(Principles & Criteria, P&C)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는 기업에 인증을 부여한다. 주요 기준으로는 현지 및 국제법 준수, 산림파괴 예방, 토착민과 지역사회의 전통적 토지권 보호 및 협력, 노동자 권리 보호 등이 포함된다. 또한 RSPO 인증을 받은 기업이 기준을 위반하는 경우, 이해관계자들은 진정 절차를 통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시정 조치나 인증 취소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토착민(Indigenous Peoples)은 특정 지역에 오랜 기간 거주하며, 식민 지배 또는 국가 형성 과정에서 정치·경제적 주류에서 배제되었지만,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유지해온 집단을 의미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토착민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로, 5천만명 이상의 토착민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 헌법은 이들을 ‘관습법 공동체(customary law community, Masyarakat Hukum Adat)’로 존중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까다로운 법적 인정절차와 지방 정부의 개발 사업 추진을 위한 이해관계로 인해, 대부분의 토착민은 관습법 공동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공식적으로 ‘토착민’으로 인정받은 공동체는 거의 없으며 토착민의 토지권과 기타 권리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참여형 매핑(participatory mapping)은 지역주민, 특히 토착민 공동체가 자신의 환경과 관련된 정보를 지도나 다른 시각적 도구를 사용해 공동으로 기록하고 표현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자신의 토지, 자원, 문화적 중요성을 지닌 장소 등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한다. 참여형 매핑은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주장하고, 지역 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보호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토지권 분쟁 해결, 자원 관리, 환경 보호 등을 위한 과정에서 중요하게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