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정부도 유엔 회원국으로서 이행해야 할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은 투자사에게도 기업이 공급망까지 인권침해 소지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평가하는 인권실사를 요구하고 있다. 투자사는 투자 기업이 어떤 인권 및 환경 침해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야할 의무가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연금은 당연히 이 의무의 규정과 이행에 있어서 무거운 책임을 가지고 있다.
- 8월 18일자 참세상의 보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5월에 있었던 쉐브론과 메타의 주주총회에서 인권실사와 관련된 안건에 모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민연금은 두 기업의 주주로서 주주총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면서, 팔레스타인에 관한 쉐브론의 인권실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독립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으며, 메타 주주총회에서도 메타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혐오를 방치하는 문제에 대한 인권실사가 필요하다는 안에도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심각한 인권상황을 고려했을 때, 국민연금이 주주의 가치를 내세우며 반대표를 던진 것에 대해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이 결정을 규탄하며 반대투표가 결정된 과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한다.
- 먼저 쉐브론의 인권실사 검증 안건의 경우에, 유엔 특별보고관이 쉐브론이 팔레스타인에서 인권침해와 연루되어 있다고 명시적으로 지적한 것은 현재의 쉐브론 인권 실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검증하라는 주주총회 안건은 소위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정당한 안건이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회사가 관련 정책과 이행 현황을 공시하고 있으며, 주주제안의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현재 쉐브론의 인권실사 체계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문제없다는 쉐브론의 주장에 동참한 것이다.
- 국민연금은 인권경영을 도입하고 있으며, 국민연금 운용에 있어서도 수탁자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투자와 관련하여 인권 및 환경가치를 고려하고 있는지에 관해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국민연금이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군부와 연계된 한국기업 투자 문제에 이어서, 이스라엘에 대한 국채 보유와 인권실사 안건 반대투표 까지 계속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국민연금 내에 인권 및 환경을 고려한 투자에 대한 원칙이 수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에 대해 지적하고 권고안을 냈지만 국민연금은 투자 수익이 우선이라는 명분으로 소위 ESG를 고려한 투자를 외면하는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 결국 이런 상황이 발생한 근본원인은 정부가 국민연금의 운용에 있어서 인권 및 환경가치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관한 원칙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인권경영을 도입하였지만, 정작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에는 인권침해 소지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인권실사를 운용원칙의 하나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공공기관의 인권경영은 구호로만 머물고 실질적인 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 2017년에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대해서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사업과 기금의 운용에 있어서 인권실사를 도입하라고 권고한지 10년을 앞두고 있다. 쉐브론과 메타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인권실사쳬계를 도입하고 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인권실사에 대해 어떤 원칙과 지표를 통해 이를 평가하고 투자에 고려하는지 밝혀야 한다. 인권실사를 의무화하는 유럽연합의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EU CSDDD)이 시행되면 국민연금의 투자 및 투표권 행사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실제로 노르웨이 연기금은 올해 5월에 있었던 팔란티어 주주총회에서 팔란티어의 인권실사에 대해 찬성표를 행사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을 포함해서 한국 정부는 인권실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입장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 2025년 6월에 더불어 민주당 정태호의원의 대표발의로 발의된 ‘공급망책임법’은 한국 기업들에게 인권환경실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이 법은 인권 및 환경 침해 위험이 높은 ‘분쟁지역’의 경우에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인권실사를 의무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되었다면 국민연금이 팔레스타인의 인권 침해와 인권실사 요구에 대해 법을 의식하여 반대표를 쉽게 던지지 못했을 것이다.
- 국회는 하루속히 발의되어 있는 공급망책임법을 논의하고 통과시킴으로써 국민연금을 포함한 한국 공기업들에게 인권실사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국회의 논의 이전에라도 국민연금의 투자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투자수익을 위해서라면 인권도 환경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기준인지, 아니면 대통령이 언급한 반인도적 범죄와 관련되어서는 투자를 하지 않을지 기준을 조속히 수립할 것을 요구한다.
2026년 8월 19일
기업과인권네트워크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국제민주연대, 기후자원정의센터 아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아시아모니터리소스센터,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좋은기업센터,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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