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서 극심한 경제난이 원인이 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올해 3월부터 지속되고 있다. 스리랑카 당국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경찰뿐 아니라 군 병력까지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 단체에 따르면, 시위 진압에서 인권침해와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달 13일 시위자 한 명을 숨지게 하는 등 스리랑카 당국이 최루탄을 중대한 인권침해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문제적이다.
이 최루탄은 한국 업체 대광화공이 만든 제품이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기업이 “인권을 존중해야”하며 “기업활동 중 인권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야기하거나 이에 기여하지 않아야 하며, 부정적 영향이 발생한 경우에는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7년부터 스리랑카에 최루탄을 수출해온 대광화공과 한국씨앤오테크는 스리랑카로의 최루탄 추가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 최루탄 수출은 허가제이기 때문이다. 용혜인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한국 기업이 스리랑카 정부에 2017, 2019, 2020년 최루탄 2만 발 이상을 수출하는 것을 허가해준 바 있다.만일 한국 정부가 최루탄 수출을 추가로 승인한다면 스리랑카 시민들의 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명백하다.
한국 정부는 국제인권법에 따른 의무를 지며, 이는 당연히 무기의 이전 시에도 적용된다. 수입된 무기가 중대한 인권침해를 저지르는 데에 사용될 가능성이 명백한 상황에서 해당 국가에 무기 수출을 승인하는 것은 사실상 그 같은 인권침해 행위를 지원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수출하는 무기가 해외에서 중대한 인권침해에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할 책무를 가진다.
한국 정부는 무기거래조약 비준국이다. 비준국으로서 인권침해를 자행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무기류를 계속 수출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는 무기거래조약 제6조와 제7조를 적용하여 수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더불어 방위사업청장은 방위사업법 제57조 제4항 국제평화·안전유지 및 국가안보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방산물자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최루탄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
최루탄은 흔히 비살상무기로 알려져 있지만 그간 각국에서 최루탄이 사용되어온 방식은 최루탄이 얼마든지 살상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준다. 최루탄은 한국 근현대사에서도 김주열 열사와 이한열 열사를 숨지게 하여 각각 4·19 혁명과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전례가 있다. 최루탄의 사용이 계속되는 한 이와 같은 인권침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 같은 이유로 1999년부터 최루탄을 쓰지 않고 있으나, 국내에서 생산된 최루탄은 여전히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최루탄 5백만 발 이상이 대부분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의 인권침해가 빈번한 국가들로 수출되었다. 방산한류, 치안한류라는 미명 아래 전 세계적인 인권침해에 한국이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방위사업청은 바레인과 튀르키예(터키)로의 한국산 최루탄 수출로 국내외적으로 큰 비난이 일자 잠정적으로 최루탄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두 국가는 한국산 최루탄의 최대 수입국이었고, 최루탄 오∙남용으로 악명을 떨쳐 국제 사회에서 큰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스리랑카는 현재 전직 대통령이 사임하고 물가가 폭등하는 등 정치·경제적 혼란에 빠져 있고, 대규모 시위가 계속될 수 있는 상황이다. 책임감 있는 국가라면 최루탄을 포함한 시위 진압 장비를 스리랑카로 수출해 범죄를 저지르도록 방조하는 수치스러운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더 이상 한국산 최루탄이 스리랑카를 울려서는 안 된다.
이에 우리는 한국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한국산 최루탄의 스리랑카 수출을 금지하라.
- 최루탄 수출허가 관계법령을 개정하여 수출허가 심사 기준을 강화하라.
- 최루탄 수출을 둘러싸고 반복되어 온 국내외의 지적을 계기 삼아 최루탄 수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등 수출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하라.
2022년 8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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