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가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며 시위를 한 장애인들을 상대로 조직적 여론전을 펼쳤다는 사실이 공사 홍보실 언론팀 직원이 작성한 문건을 통해 밝혀졌다. 해당 문건은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언더도그마”라 치부하며, 장애인단체를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의 상대방으로 규정하고 여론전에서 이길 수 있는 “디테일”한 실점을 찾아낼 것을 주문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이에 대해 개인의 일탈적 행동이라며 애써 책임을 회피하지만, 언론팀 소속 직원이 현안 관련 언론대응을 공사의 방침에 반하는 방식으로 했거나 하겠다는 취지의 문건을 작성하고 직원게시판에 공개했다는 것으로 설득력이 없다.
실제로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하고 싶다”는 장애인들의 시위에 대해 일부 언론들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의 발목을 잡았다는 보도가 쏟아지면서 공공재인 지하철을 모두가 똑같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요구가 묻혀버리기도 했다. 문건의 전략이 상당부분 통한 것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여론전에서 이겼다고 자축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가 해야 하는 것은 자축이 아닌 통렬한 반성과 사과다.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는(실효성 있든 없든) 언플용으로 좋은 소재”라는 것이 서울교통공사가 표방해온 인권경영의 민낯인가? 홈페이지에도 게시된 서울교통공사 인권경영 선언문은 “국적, 성별, 인종, 장애, 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 “직원과 고객, 협력회사,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인권을 보호한다”고 명시한다. 서울교통공사 인권경영 이행지침 제12조에 따르면 “공사는 경영활동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하여 인권경영 선언문을 선포하며, 임직원은 선언문을 인권경영의 행동규범 및 가치판단 기준으로 삼고 실천한다.” 한편 ‘2021년 서울교통공사 인권경영 추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인권경영 도입 후, 2019년 추진체계를 완성하고, 2020년 인권경영 고도화를 거쳐 2021년 인권경영을 내실화하였다고 한다.
‘2021년도 서울교통공사 인권영향평가 결과보고서’에는 “장애인들이 역내 이동에 어려움이 없는지에 대하여 조사 필요”와 “모든 역에서 이동권이 보장될 때까지는 계속 보완 필요”가 외부 평가위원의 주요 지적사항으로 기록되어 있고, 이에 “역사 내 E/S, E/L 등 장애인 이동시설 구축(1역1동선)에 대한 지속적 보완 모니터링”이 장기추진 개선과제로 명시되어 있다. 인권영향평가 결과 개선과제로도 재확인된 1역1동선 확보를 요구한 장애인들의 “디테일한” 실점을 찾아내고 물고 늘어지며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 진정 서울교통공사가 말하는 인권경영 고도화이고 내실화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교통공사 인권위원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독립적 진상규명을 하여 개선대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특히 노동이사, 노동조합이 추천한 위원과 전문가위원들이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고,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
정당한 권리 주장에 대해 언더도그마를 운운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들이 “약자”로서의 “배려”가 아닌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악의적 여론전을 펼친 것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활동가들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하고, 장애인이동권 보장을 약속함으로써 스스로 천명한 인권경영에 걸맞은, 책임 있는 실천을 보여야 한다.